새 학기 첫 만남 후 일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한 몇 달 지난 것 같다. 올해는 5학년. 작년 6학년과는 다르게 또 새롭고 낯설다. 올해 만난 우리반 아이들은, 밝고, 수다스럽고, 특히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툭툭 해서 가끔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 물론 사이사이 말보다 손과 발이 먼저 나가는 ''욱''하는 성질의 아이도 있고, 조금만 서운하면 덮어놓고 울분에 찬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고, 조용히 1시간쯤 늦게 와서 하루 종일 소리 없이 있다 가거나 아예 며칠씩 이유 없이 등교를 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들을 마음속으로 날마다 햇살을 쏘아 보내는 심정으로 바라본다. 따뜻한 봄볕이 두꺼운 마음의 옷을 벗기리라 확신하면서.
“도전을 하면 새 길이 열린다.”
만난 지 3일째 되는 날 아이들과 함께 정했던 우리반의 급훈이다. 마치 나에게 들려주는 말 같기도 해서 속으로 정말 잘 뽑혔다 하고 감탄을 했다. 아마 1년 동안 나와 우리반 아이들의 도전이 우리들 뇌에 새 길을 뚫을 거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 같다. 나와 5학년 5반, 우리반의 도전 드라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새 학기 첫날, 처음 만난 아이들과 인간 보물찾기를 했다. 종이에 적힌 질문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아 사인을 받는 게임인데, 푸시업 20개 넘게 할 수 있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인 사람 등을 확인하며 아이들 하나하나의 존재를 드러내주는 놀이다. 이 보물찾기를 마무리하면서 아이들에게 “내 안의 보물을 찾아, 우리 모두의 마음 안의 보물을 찾아 올 1년, 함께 여행을 떠나자.” 했다.
나중에 글쓰기 한 것을 보니까, 하루 만에 벌써 친구들이 익숙해졌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어떤 녀석은 우리 선생님은 머리가 좋으신 것 같다고도 썼다. 저절로 친구들과 친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가만 보니 우리반 녀석들은 벌써 내 마음을 간파할 정도로 똑똑한가 보다.
둘째 날은 내 꿈을 적을 예쁜 해바라기 꽃을 만들었다. 색종이를 접어, 하나하나 붙여 만든 종이꽃 안에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을 마치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한 문장으로 적게 했다. 그리고 크고 가치 있는 꿈은 나와, 다른 사람을 모두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진지한 마음으로 꿈의 선언문을 적었다.
셋째 날은 준비한 꿈의 선언문을 들고 "볼륨을 높여라" 놀이를 했다. 이 놀이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 나의 꿈을 교탁위에 올라가 크게 외치는, 바로 꿈의 선언하기이다. 시범으로 내가 먼저 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깜짝 놀랐나 보다. 맘 여리게 생긴 선생님이 높은 교탁위에 올라가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교사, 김진희입니다.” 하고 무지 큰 목소리로 갑자기 외치니 생각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나서 누가 먼저 나와 하겠냐고 했더니 잠시 웅성웅성 서로를 둘러보더니 여기저기에서 손이 번쩍 번쩍 올라왔다.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소중한 꿈을 소리 높여 외치는 그 모습이 고맙고 기특해서 나도 함께 온 마음으로 빌고 빌었다. 모두가 그 꿈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교사가 되겠다고. 우리반의 꿈의 선언하기는 이틀 만에 모두가 해냈다.
도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말이 아이들의 가슴에 자극이 크게 되었나 보다. 끝까지 안 할 것 같아 불안했던 아이들이 해내는 것을 보며 모든 아이들 안에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신하게 된다. 아이들이 보여준 그 용기와 간절함을 절대 잊지 말자. 혹시 아이들이 평소의 습관으로 돌아가 웅크리고 포기하려 할 때마다 이 모습을 기억하고 믿고, 격려하고 기다려주는 교사가 되겠다.
출처 : 코리안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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