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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아이
 
국학기공으로 한계를 넘은 아이
강민숙   2019-10-24 1462


우리 반은 제13회 전북도지사기 국학기공 대회에 나가게 되어, 아침시간마다 야외에서 한달 동안 매일 연습을 했다.

드디어 대회 전날, 우리 반 아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오늘 어떤 엄마가 저한테 전화를 하셔서, 우리 00 대회 나가냐고 물어보셨어요.”

응? 당연히 대회에 나가려고 연습 중인데, 굳이 그 아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짐작컨대 그 아이가 너무 못해서 우리 팀 점수가 떨어질까 봐 그런 것 같았다. 

00는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많이 늦어서 대회에 나가게 하는 것만도 불안해하고 미안해하시는 어머니를 

많이 설득해놓은 터였던지라, 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아니, 뭘 얼마나 잘 하실려고 그러신데요? 그 엄마 누구세요?”

00 어머니는 너무나 속상해서 오늘 많이 우셨고, 대회에 데리고 나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단다. 

나는 00 어머니를 달래면서 설득을 했다.

“무조건 00 대회 나갑니다. 절대 포기하시면 안 돼요. 

지금 00는 우리 반에서 200 프로 노력하고 있는 아이인데, 기회를 꺾으시면 안 돼죠.” 

그렇게 한참 동안의 통화를 마치고 그날 밤 잠이 잘 안 왔다.

 

다음 날, 새벽에 잠을 깼다. 

나는 이런 분란을 만들려고 대회에 나가는 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안타깝고,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하고 정리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옷을 두텁게 챙겨 입고 우리 학교 운동장으로 맨발걷기를 하러 나갔다.

(나는 요즘 맨발걷기 200일에 도전 중이다.)

 

맨발로 학교 운동장을 걷는데, 눈에 띄는 물병 주머니가 보인다. 

이런. 어제 우리 반 00가 잃어버렸다고 한 그 물병 주머니네. 

흙 묻은 물병 주머니를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맨발로 운동장 흙을 밟으며,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던 중, 내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자.’

좋다.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자. 나는 어떤 스토리로 만들면 좋을지 생각했다. 

새벽이라 그런가? 뇌가 너무 잘 돌아간다. 바로 스토리가 떠올랐고,

운동장을 도는 40여분 간 나는 이리저리 퍼즐을 맞추듯 스토리를 모두 완성했다.

 

드디어 약속한 시간이 되어 우리 반 친구들과 옆 반 친구들 7명, 

그리고 우리 반 어머니들이 함께 버스에 타고 전주로 출발했다. 

나는 스토리를 잊어버릴까봐 차에 타자마자 휴대폰에 이야기를 적었다. 

이야기를 다 적고 언제쯤 이야기를 시작할까? 생각하는 찰나에 우리반 창희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옛이야기 들려주세요.”

 

이야기 들려주려고 한 거 어떻게 알았지? 나는 마이크를 잡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선생님이 여러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제목은 ‘어리석은 뱀’이에요.”

나는 휴대폰을 보고 이야기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조용한 버스 안에는 내 목소리만 들렸다. 

 

어리석은 뱀

 


깊은 숲속 나라에 동물들의 달리기대회가 열렸습니다. 
숲속에 살고 있던 뱀은 달리기대회에 나가 1등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다리가 없는 자신을 놀려대던 동물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뱀은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어요. 뱀의 머리는 힘이 세고 튼튼했어요. 
튼튼한 목을 치켜세울 수도 있었죠. 하지만 꼬리는 그렇지 못했죠. 
머리는 꼬리가 힘을 쓰지 못하자 꼬리에게 화를 냈어요. 
"너 때문에 달리기가 느려지잖아!"
꼬리는 슬펐어요.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달리기 속도가 나지 않자 머리는 숲의 신령님에게 기도를 했어요. 
"신령님, 신령님, 꼬리와 헤어지게 해주세요. 꼬리가 너무 느려서 제가 1등을 할 수 없다구요. 
그런 꼬리는 없는 게 나아요."
기도를 들은 신령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뱀에게서 꼬리를 떼어주었어요. 
꼬리는 잠시 신령님이 데리고 있으면서 보살펴주고요. 
대회 날, 뱀은 몸의 윗부분만 가지고 달리기대회에 나갔어요. 
출발신호가 울리자 뱀은 출발했어요. 
무겁기만 하던 꼬리가 없으니 뱀은 몸이 날아갈듯 가벼웠어요. 
그리고 꿈에그리던 1등을 했어요. 뱀은 너무너무 기뻤어요. 
이제 자신이 최고이니 누구도 자신을 놀리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바로 먹이를 잡아먹기가 어려워진 거예요. 

몸의 윗부분만 있고 든든하게 받쳐주는 꼬리가 없다 보니 

예전처럼 목을 세워 재빠르게 사냥을 할 수가 없었어요. 

제대로 먹지 못한 뱀의 머리는 점점 야위고 힘이 빠져갔어요. 

그러던 어느날 하늘을 날던 배고픈 독수리에게 그만 잡히고 말았습니다. 

뱀은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했지만 독수리의 밥이 되고 말았답니다.  

 

여기까지 읽자, 버스 안은 숙연한 분위기가 되었다. 

우리반 아이들은 뱀이 독수리에게 잡아먹히는 대목이 나오자, “히!” 하면서 놀랐다.

“그 뒷이야기도 있어요. 이제 누구 이야기가 나올까요?”

“꼬리요!”

“그럼 이제 혼자 남은 꼬리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뒷이야기(꼬리를 사랑한 머리)

 


숲의 신령님은 쓸쓸하게 남은 꼬리에게 새로운 머리를 만나게 해주었어요. 
새로운 머리는 꼬리가 힘들어하면 "꼬리야, 힘들어? 내가 기다려줄게."라고 말해주었어요. 
꼬리는 그런 머리가 고마워서 머리가 사냥을 할 때마다 있는 힘껏 몸을 받쳐주었어요. 
서로를 위해주며 힘을 합하면 맛있는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었어요. 
머리와 꼬리의 몸은 점점 튼튼해졌어요. 
1년 뒤 다시 숲속 달리기대회가 열렸어요. 머리는 이렇게 말했어요.
"꼬리야. 조금 늦어도 괜찮아. 우리가 함께 하려는 그 마음이면 충분해."
꼬리가 말했어요.
"머리야, 넌 어떻게 많이 부족한 나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니?"
"응. 넌 부족하지 않아.

 

 

여기서 갑자기 난 가슴 속에서 울컥 울음이 올라왔다. 

00와 있었던 지난 시간들이 스쳐가면서, 00와 그동안 우리 반에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지가 느껴졌다. 

나는 잠시 이야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서 옆으로 돌아 앉아있었는데, 몸을 앞으로 돌려 앉았다. 

울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잠시 뒤 나는 계속 읽었다.

 

난 너의 마음을 알아.

여기서 또 울컥! 잠시 멈췄다. 버스 어딘가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난다. 

사실 훌쩍이는 소리는 이야기 초반부터 들렸다. 아마도 함께 버스에 타고 계시는 부모님이 우시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 그리고 꼬리 네가 없으면 난 반쪽이인걸? 

나에겐 네가 필요해. 무엇보다도 넌 바로 나의 몸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한 몸이잖아.“

 

 

나는 이제 아예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읽고 있다.

머리의 따뜻한 사랑이 전해지자 꼬리의 몸에서는 없던 힘이 솟아올랐어요.
사랑의 힘으로 가득 채워진 머리와 꼬리의 몸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결승선, 앞서 가던 초록뱀의 머리와 꼬리가 다투는 게 보였어요. 
그 둘은 서로를 탓하며 너 때문에 힘들다고 싸우고 있었어요. 
그 사이 서로 사랑하는 머리와 꼬리는 결승선을 향하여 한마음으로 달렸어요. 

 

둘은 달리기 대회의 우승자가 되었답니다. 


여기까지 다 읽자 박수가 나왔다. 나는 눈물을 닦으면서 마음을 진정하려고 애를 썼다. 

우리 반은 그날 대회장에서 두 번의 공연을 했다. 대회 시작 축하 공연과 대회 공연이었다. 

00는 큰 소리를 힘들어해서 내가 사준 작은 귀마개를 끼우고 무대에 올라갔다.

내가 정해준 자리에 서지 않고 반대쪽에 서서 귀를 막고 서 있었다. 

하지만 음악이 나오자 조금씩 동작을 했다.

00에게는 큰 소리가 나는 무대에 선 것도 기적이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습한 동작을 

조금씩이나마 몸을 움직여 표현한 것도 기적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우리 반이 공연을 할 때, 

00 어머니는 무대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 동작을 해주며, 00가 따라서 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한다.

 

이제 이 이야기의 결론을 말해야겠다. 

어리석은 뱀 이야기의 결말과 똑같이, 우리 반은 그 날 대회에서 1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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