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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아이
 
남원초 9년이 준 선물
강민숙   2020-02-24 1476


2020년은 내가 남원초에 몸담은 지 10년째 되는 해이자, 마지막 해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어떻게 한 학교에 10년 동안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의 평범하지 않은 사연은 2011년 남원초가 전라북도 혁신학교 1기 학교로 출발하면서 시작한다. 나는 2011년도에 남원초 근무를 시작했다. 나에겐 세 번째 학교였다. 2014년으로 혁신학교는 끝났지만 남원초는 멈추지 않았다. 2015년부터 혁신더하기 학교로서 8년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혁신교육의 지속성을 위하여 도교육청에서는 혁신더하기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에게 5번의 전보 유예를 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5번의 유예를 신청한 교사가 바로 나다. 나는 남원초에 있는 동안 2014년에 학교와 가까운 동네로 아예 이사를 했고 두 아들은 남원초 졸업생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남원초는 나의 직장이 아니라 나의 소중한 삶터가 되었다. 남원초에서 마지막 한 해를 남겨두고 있는 지금, 남원초에 있었던 9년의 시간이 나에게 준 선물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함께’의 가치

2011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함께’의 가치이다. 함께 이야기하면 문제를 풀 수 있었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며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집단지성을 경험했다. 특히 작년에 공간혁신을 맡게 되어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어 함께 고생해 준 여러 선생님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은 고생하면서도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사실, 작년에 너무 힘들어서 올해는 학교를 떠날까 생각했다가 다시 마음을 잡은 것은 이렇게 손을 내밀어준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나도 어떻게라도 다른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고 보답하고 싶다.

 

2. 우리가 만드는 수업, 창조의 즐거움

2017년 1학년을 담임했을 때다. 교과서를 덮고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노래와 활동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나면 다음 날이 기대되고 설레였다. 우리가 만든 수업은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했다. 아이들과 촘촘히 연결되는 행복한 수업시간들은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그 때 학부모님들은 그 때 그 수업이야기를 아직도 하신다.

 

3. 좋은 수업을 많이 보고 배웠다.

혁신학교이기에 선생님들의 좋은 수업을 정말 많이 봤다. 한 해에 10번만 봤다고 하더라도 올해까지 합하면 100편의 수업을 보는 셈이다. 보통 수업 공개를 할 때 교사들은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된다. 최선을 다 하는 수업을 수없이 보다보니 어떤 수업이 아이들이 잘 배우는 수업인지 알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선생님들의 훌륭하신 수업 방식들을 따라하게 되었다. 또한 수업공개가 평소와 다른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수업을 공개하자는 흐름으로 가고 있기에, 일상 수업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고, 수업공개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4. 훌륭하신 분들과의 만남

남원초에서 훌륭하신 분들을 만났다. 너무나 존경하는 우리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을 비롯해서 항상 기꺼이 수고해주시는 행정실 선생님들 덕분에 나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후배 선생님들에게는 아이들에 대한 열정과 열심히 준비하는 자세, 참신한 아이디어를 배우고, 선배 선생님들에게는 세심한 생활교육과 후배교사에 대한 넉넉한 배려를 배웠다. 선배 선생님에게 큰 배려를 받았던 건 2014년이었는데 반을 정할 때 아이들 명단이 적힌 봉투를 제비뽑기로 뽑았다. 종이를 펼치자 내가 전에 너무나 힘들어하던 아이가 떡 하니 명단에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몹시 난감해하자, 동학년이었던 선배 선생님이 그 종이를 탁 하고 가져가시더니, “내가 000할게!”라고 말씀하시고 그 힘든 아이를 1년 동안 담임해주신 적이 있다. 나는 많은 선배님들을 보면서 선배교사는 학교에서 좀 더 어려운 업무를 맡을 수 있어야 하고,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진심어린 도움과 마음을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나도 그런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5.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용기

혁신학교의 기본은 민주성이기에, 매주 교무회의와 학년회의를 반복하며 말하기 연습을 수없이 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내 생각을 말하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지금은 그런 두근거림이 덜하고 훨씬 편안하고 자신 있게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다.

 

6. 감사한 마음과 나누고 싶은 마음

많은 분들의 수고로움과 배려로 감사한 마음이 몇 년 동안 쌓였고, 이제는 나도 다른 선생님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다. 나누고 싶은 마음은 나 스스로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하며 내 삶에 대한 만족감을 준다.

 

7. 다름에서 오는 부딪힘을 받아들임

혁신학교 초기에는 선생님들의 마음과 열정의 온도가 비슷했기에 부딪힘이 덜했으나, 점점 구성원이 바뀌면서 부딪힘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에서 상처를 받기도 했고, 동료선생님과의 갈등에서 오는 고민과 어려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려웠던 점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으나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감정이 상하는 것이었다.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였기에 그런 힘든 시간들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물론 부딪힘의 상황이 반갑지는 않지만, 나와 의견이 다른 선생님에 대하여 불쑥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을 바라보고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내 안의 불편함을 시간을 갖고 해결해보려고 한다.

 

8. 아이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

남원초에는 자기 감정을 거칠게 표현하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아이들이 힘들어서 떠나시는 선생님들도 많았다. 나도 물론 첫 2년 동안은 교사를 그만두고 싶을 지경까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살기 위해 방법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이들과 매일 운동을 하며 체력을 기르고 명상을 꾸준히 하면서 행복하고 편안한 뇌, 긍정적인 뇌, 집중하는 뇌의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이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은 내가 남원초에서 받은 선물 중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가장 빛나는 시간

‘배움과 나눔으로 행복한 학교’가 우리 학교 비전인데, 남원초에 9년 있다 보니 내가 ‘배움과 나눔으로 행복한’삶을 살게 되었다. 아마도 남원초 10년의 시간은 나에게 가장 빛나는 시간으로 나의 뇌 속에 저장될 것 같다.  

힘든 하루를 위로해주는 것은
나는 대한민국 행복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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