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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아이
 
힘든 하루를 위로해주는 것은
강민숙   2020-04-20 1495


나는 긴급돌봄교실 담당자

 

올해 나는 업무로 돌봄교실을 맡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생각지도 않은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개학이 몇 차례 연기되면서, 지금 운영하는 긴급돌봄교실이 무려 5차 긴급돌봄교실이다. 수요조사, 반편성, 지출계획, 담당교사 배정, 연락처 등록, 안내문자 발송 등의 업무가 반복되니 피로감이 쌓인 상태다.

 

제어가 되지 않는 아이

 

오늘은 온라인개학날이라서 오전에 돌봄교실에 들렀다. 2학년 돌봄반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EBS방송을 본 뒤에 수학익힘책을 펴놓고 열심히 풀고 있다. 우와. 역시 개학이 다르긴 다른가보다. 그 활발하던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수학공부를 하고 있다니. 감탄을 하고 다시 우리 교실로 돌아와 학년회의를 했다. 다음 주 주간학습계획표를 작성하는 회의다. 나는 올해 1학년 담임을 맡았고, 동학년은 나까지 3명이다. 우리는 원격학습에 사용할 수업자료를 나누어 맡아서 만들기로 했다.

 

회의가 끝나고 보니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스포츠강사선생님 전화번호다. 지금 2학년 돌봄교실 봐주고 계신데,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바로 돌봄교실로 가보았다.

 

돌봄교실 앞에 가니 (돌봄교실)나무반 선생님이 긴박한 얼굴로 빨리 옆 교실(뿌리반)로 가보시라고 손짓을 하신다. 뿌리반에 들어가니 선생님 책상 위에 있었을 법한 서류들이 흩뿌려진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방바닥에는 아우성치면서 스포츠강사 선생님한테 온갖 욕을 하는 2학년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를 스포츠강사선생님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고 계셨다. 아이가 지금 폭발한 상황인거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 아이는 나에게도 반말로 욕을 해대면서 몸부림을 쳤다. 내가 다가가서 “00아. 앉아보자.”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퍽!” 나는 아이의 발길질에 턱을 맞았다. 한 번 맞았을 때 내가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말하면 될 줄 알고 다시 ‘앉아보자’라고 말했다가 같은 곳을 3번이나 더 맞았다. 작년부터 유명했던 아이다. 한 번 감정이 폭발하면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선생님을 때리고 발로 차고 반말로 욕을 하며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던지고 부수기도 한다.

 

수석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작년부터 이 아이와 관련해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수석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으니까. 급히 전담실로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안 받으신다. 어쩔 수 없이 전담교사실 옆 교실로 전화를 걸어 후배선생님에게 수석선생님에게 가서 돌봄교실로 와주시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안 있어 수석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은 상황을 보시더니, 나한테 이 장면을 조금이라도 찍어놓아야 할 것 같다고 하신다.

 

내가 휴대폰을 들자 아이가 더욱 몸부림을 치면서 말한다.

“왜 찍어! 왜 찍냐고! 찍지 마!”

나는 조금 찍다 말고 아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00이 어머님이시죠. 지금 00이가 화가 나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이에요. 좀 와주실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건 오시면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00이한테 턱을 네 대를 맞았거든요.”

왜 이 말이 먼저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상황의 심각성은 전달이 된 것 같다.

 

어머니는 오시겠다고 했고 전화를 끊었다. 

아이는 스포츠강사선생님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수석선생님을 보자 또 욕을 시작한다.

“이 할아버지는 누구야! 이 XX는 누구야!”

아이는 어느새 선생님의 손을 벗어나 가방을 멘다.

“나 이 학교 안다니면 되잖아! 안 다닐 거야!”

아이는 가방을 멘 채로 바깥으로 나가더니 이번에는 복도에 있는 물건을 던지면서 화를 낸다.

“아이는 내가 따라가서 살필 테니까 아이 어머니 전화번호 좀 내 카톡으로 보내주소.”

수석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일단 안심이 된다. 아이는 가방을 메고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오후 1시 30분, 교무실에 아까 집으로 가버렸던 아이의 어머니와 나, 수석선생님, 아이의 담임선생님, 교감선생님이 둘러앉아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타깝고 죄송한 일이지만, 아이가 자기의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길 때까지 돌봄교실에 오지 않고 가정에서 돌봄을 하기로 하였다. 

 

작년부터 오늘까지 반복된 아이의 행동이 누가 와도 제어가 되지 않고, 물건을 마구 던지는 등 좁은 돌봄교실 안에서 너무나 위험하고, 아이에 대한 친구들의 인식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렇게 오늘 있었던 큰일을 마무리했다.

 

휴. 고생했다. 나는 이제 괜찮은데, 올해 신규선생님인 그 아이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고생을 하실지 너무 걱정되고 우리 학교에서 가장 힘든 아이인 것 같은아이를 신규선생님이 맡고 있으니 내 마음이 편치 않고 미안해진다.

 

힘든 하루를 위로해주는 건

 

오늘은 개학 첫날이라서, 비록 온라인 개학이지만, 어제 꽃집에 가서 프리지아 꽃을 사서 예쁘게 꽂아놓고 아침에 오자마자‘선생님의 첫인사’ 동영상을 찍었다. 두 번은 실패하고 세 번째 것은 성공했다. 영상을 우리 반 밴드에 올렸다. “개학을 축하하는 예쁜 꽃다발을 준비했어요.”하면서 노란 프리지아를 보여주었다. 내가 봐도 만족스러운 첫인사 영상이다.

 

이어서 오늘 학습내용을 밴드에 올리고, 아이들(부모님)의 댓글과 사진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오후가 되자 오늘 공부를 마쳤다면서 하나, 둘 사진이 댓글로 올라온다. 사진 속에는 수줍은 우리 반 8살 아이들이 자기 이름표와 얼굴 그림을 들고 웃고 있다. 

 

그 모습을 한 장 한 장 보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그 순수한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성스러워지는 느낌마저 든다.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들인데, 내가 이 아이들과 정성스럽게 만나야 하겠구나 하는 그런 마음이 올라온다. 어떤 아이 사진을 볼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 느낌이 올라오기도 한다.

 

오후에 힘들었던 게 우리 반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비록 온라인개학이지만 이렇게라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마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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