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걸 깨닫게 되면 교육은 다 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주위의 인정이나 칭찬에 매달리고, 바라던 인정과 사랑이 채워지지 않으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상황을 탓하며 불행해진다. 내가 존재가치가 충분히 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믿음. 이게 인성교육의 핵심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늘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으려고 하고 자기  것을 베풀고 주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 말로 가르쳐도 왜 남에게 베푸는 것이 나를 돕는 일인지 알지 못한다.

몇 년 전 그런 아이들이 많은 반을 맡았을 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란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세상을 바꾸는 방법,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방법은 쉽다고 말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일, 친절을 날마다 한 가지씩 베풀어보자고 했다. 그리고 내가 하기로 한 실천을 포스트잇에 적어 교실에 게시했다. 1주일 동안 한가지씩 매일 홍익을 실천하는 거였다.

각자 하기로 한 실천은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아도 된다. 내가 쉽게 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일들이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적은 실천을 보면 "매일 친구에게 인사해주기" "친구에게 물건 빌려주기" "교실 휴지 3개씩 줍기" "아침에 오면 친구의 의자 3개 이상 내려주기" "친구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기" 이런 거였다.

그리고 아이들만 하면 안되겠다 싶어 나도 함께 하기로 했다. 마침 날이 더울 때라 "매일 얼음을 싸와서 주겠다"고 실천을 정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어서 이렇게 정했는데, 아뿔사... 이게 그렇게 힘든 일일줄이야...

매일 아이들이 먹을 만큼의 얼음을 얼리려면 집에 있는 냉장고의 얼음통을 꽉 채워야했고, 학교에서 집에 돌아가서 얼음통을 비우고. 자기 전 얼음을 얼려두어야 했고, 아침에 다시 비우면서 얼려두어야 했다.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그래도 1주일간 하기로 한 실천이고 아이들과의 약속이라 얼음얼리랴, 보온병 챙기느라 꽤 힘이 들었다. 1주일동안 우리 반 아이들은 시원한 물을 먹을 수 있었다. 얼음을 집어갈 때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하는 아이들의 인사가 힘든 노력에 대한 넘치는 보상이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는 게 힘들어도 이렇게 기분좋은 일인지 이렇게 나부터 체험했다.

1주일 간 홍익실천하기를 하고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대부분 아이들이 "힘들었다. 그래도 뿌듯하다." 라는 말이 가장 많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도움이 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잊지말기를. 능력이 뛰어난 사람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누구나 도움과 친절을 베풀 수 있는 마음과 힘이 있음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을 할까?"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과, "오늘은 나에게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까?"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행복을 만드는 사람과 행복을 기다리는 사람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홍익을 실천하는 일은 남을 이롭게 하기 전에 우선 나부터 기분좋고 기쁘게 만드는 일이라 행복을 스스로 만드는 일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은 행복으로 남탓, 상황탓을 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홍익실천을 가르친다.